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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_Writer 2018. 9. 28. 07:09

내가 죽으려고 결심했던 건 괭이갈매기가 부두에서 울고 있었기 때문이야

제멋대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파도처럼 과거도 쪼아 먹고 날아가거라

내가 죽으려고 결심했던 건 생일날에 살구꽃이 피었기 때문이야

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아래서 잠들면 벌레의 사체와 함께 흙이 될 수 있을까

박하사탕, 항구의 등대, 녹슨 아치교, 버려진 자전거

나무로 지어진 역의 난로 앞에서 어디에도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마음

오늘은 마치 어제와 같아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만 해

알고 있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죽으려고 결심했던 건 마음이 텅 비어버렸기 때문이야

채워지지 않는다고 울고 있는 건 분명 채워지고 싶다고 바라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결심했던 건 신발 끈이 풀렸기 때문이야

다시 묶는 건 서투르단 말이야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

내가 죽으려고 결심했던 건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야

침대 위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 그 날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컴퓨터의 희미한 불빛, 위층의 방에서 들리는 소음

인터폰의 벨소리에 귀를 틀어막는 새장 속의 소년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는 다다미 여섯 장 크기 방의 돈키호테

목표를 향하는 건 어차피 추한 거야

내가 죽으려고 결심했던 건 내가 차가운 사람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사랑받고 싶다고 울고 있는 건 사람의 따스함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결심했던 건 당신이 아름답게 웃기 때문이야

죽는 것만 생각하게 되는 건 분명 사는 것에 너무 진지하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결심했던 건 아직 당신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야

당신 같은 사람이 태어난 세상을 조금 좋아하게 되었어

당신 같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에 조금은 기대해볼게


나카시마 미카/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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