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 있다. 삼년은 지났을 것이다. 검은 공간을 하염없이 떨어져내릴 뿐이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 없다. 삼년은 지났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고 생각해두었다. 삼십년은 지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득하다. 삼일 정도 지났을 거라고 생각해도 아득하다. 삼년은 지났을 것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그렇게 생각하기로 생각해두었다. 삼년째 떨어지고 있다. ; 장래희망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에게 잘 죽고 싶다고 대답한 적도 있다. 장래희망이 죽는 것이냐고 되묻는 사람에게 죽고 싶은 것이 아니고 잘 죽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죽을 때만은 여한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름엔 복숭아를 듬뿍 먹고 가을엔 사과를 양껏 먹을 수 있는 정도로 만족하며 살다..
나는 유치하고 개연성 없으며 사랑얘기만으로 전개되는 만화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고교데뷔, 너에게 닿기를 처럼 어느정도의 재미를 이루면서 사랑이야기를 하는 것은 싫어하지 않지만 너무나 유치하고 여자주인공이 사랑에 목매여서 남자주인공에게 애걸복걸하는 이야기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런 요소들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안 읽는 것은 아니며 전반적인 책의 수준을 고려해서 읽는데, 이 책 only you도 그러한 책이다. 여자주인공은 과거에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각막 기증을 받게 됨으로써 뒤늦게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면서 '초능력자'인 남자주인공을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고 앞을 향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다. 남자주인공은 자신이 초능력자라는 사실때문에 여주가 상처 받을 걸 생각해..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청춘이란 단어가 주는 힘은 마치 엄청난 것이 있을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 당장 청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버거운 짐일 뿐이다. 나는 아직 과거의 나조차도 감내하기 힘든데 미래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며 누군가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살아가야만 한다. 무언가에 엄청난 과대포장이 되어버린 듯한 청춘은 아픈게 당연하다는 듯이 여겨진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단 한번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불운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게 당연한 것일까 인간이라는 이름하에 행복을 목적으로 추구하고 그 길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이상할일 하나 없는 그저 본능에 불과한것은 아닐까 지금도 보이지 않는 사회의 압박..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나는 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서 리뷰할 정도의 영화들을 지금까지 잘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초반부터 꼭 리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게 감성영화로 정의되는 영화들은 특별한 기-승-전-결이 없다. 따라서 이 영화도 그저 우리들의 일상처럼 잔잔하고 조용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혹자는 이런 류의 영화들은 너무 지루하다는 혹평들을 남기기도 하고 도전하지도 않으며 한번 발을 담구어 보았던 사람들은 다시 돌아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장르가 잘 맞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아마 소위 말하는 '인생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 인생영화가 뭐야? 하고 물으면 타인들이 쉽게 대답하는 것과 달리 나는 항상 말을 아껴왔다. 높은 점수를 주었던 영화중에 하나..
라이크 선데이, 라이크 레인 (Like Sunday, Like Rain 2014) 나는 잔잔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배경음악이 영화전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믿기 때문에 음악이 좋은 영화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적 요소들을 따져본다면 이 영화는 내 감상기준에 100% 부합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잔잔하고 음악이 좋다고 해서 사람을 빨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흡입력이 좋은 영화들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루함을 참을 수 없어 자꾸만 핸드폰을 만지게 된다던가, 일시정지 버튼 혹은 영상의 종료 버튼을 누르고 싶을 만큼 무료하고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것 하나 없는 그냥 보잘 것 없는 영화들도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도 모든 부분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동하는 것은 아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실버라이닝 한국판 포스터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매우, 극도로 잘 못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포스터처럼 단순 남녀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진 영화가 아니다. 로맨스를 가장한 한편의 휴먼드라마이며,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현사회의 세태를 비판하는 또 다른 치유극이다.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건 인간의 정신상태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이 주가 되었다는 점이다. 뻔하디 뻔한 단순한 치정극이 아닌, 남녀가 개인의 상처와 마주하면서 서로를 보완하고 상생하게 되어과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 그 점 때문에 이 영화는 높이 평가되고 나 역시 그런 평가에 공감되는 바이다.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솟아난 화에 불륜남을 폭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