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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나는 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서 리뷰할 정도의 영화들을 지금까지 잘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초반부터 꼭 리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게 감성영화로 정의되는 영화들은 특별한 기-승-전-결이 없다.
따라서 이 영화도 그저 우리들의 일상처럼 잔잔하고 조용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혹자는 이런 류의 영화들은 너무 지루하다는 혹평들을 남기기도 하고
도전하지도 않으며 한번 발을 담구어 보았던 사람들은 다시 돌아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장르가 잘 맞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아마 소위 말하는 '인생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 인생영화가 뭐야? 하고 물으면 타인들이 쉽게 대답하는 것과 달리
나는 항상 말을 아껴왔다.
높은 점수를 주었던 영화중에 하나를 손꼽아서 인생영화라고 지칭할 수도 있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까지는 자칭할 수 없었기에 그저 없다라는 대답만을 해왔다.
하지만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라는 영화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
이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모르지만 내 인생영화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영화를 계속해서 보면서 그 예감은 사실이 되었고 마지막을 보게 되었을 때는 아쉽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영화를 본 어떤이는 '이 영화가 그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라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을 기반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주관적일수 밖에 없다.
나에게 별볼일 없는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고의 영화가 될 수도 있으며
나에게 최고의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악의 영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다양성의 측면으로 바라보자면 이 영화는 분명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나라는 오만은 든다.
그만큼 이영화는 나에게 최고의 영화였다는 것이다.
보는 순간에도 행복한 감정을 들게하고 위로를 해주었으며
보고 난 뒤에도 나를 쉽게 자리에서 뜨지 못하게 하였다.
4살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를 따라가게 되어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 미사키는
어느날 자신을 찾아온 변호사를 통해서 아버지의 행방불명, 그리고 아버지의 빚과 거의 쓰러져 가는 창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후 어릴적 자신이 아버지를 버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미사키는 바다가 보이는 창고로 무작정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기다리며 미혼모인 에리코와, 에리코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영화는 잔잔히 보여준다.
스토리는 내가 지금 몇줄로 요약할 정도로 정말 소박한 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몇시간의 러닝타임동안 지루하지 않게 잔잔히 흘러간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바다를 자주 보여줘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타인의 범위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내 사람의 바운더리안에 들어가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대개의 영화속 주인공들은 영웅심리인지 착한사람증후군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타인에게 강요하다싶이 행한다.
그런 주인공을 보고있자면 왠지 모를 허망한 웃음이 나오고는 한다.
아주 어릴적에는 세상이 만들어낸 기준의 이미지에 부합하면 착한사람 그렇지 않으면 나쁜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나이를 한두살씩 먹어가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되었다.
타인들이 바라지도 않는 선함을 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위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내 머리를 지배하기 일쑤였고
어딘가 모르게 그런 주인공들의 행위는 옳지 못하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러하지 않았다.
곤경에 빠진 아이들을 부러 구해주지도 않았으며 혹여 도와주더라고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주인공과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을 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무언가를 보상없이 주기 보다는
자신의 도움이 일시적인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게 하였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 책들을 섭렵하면서 당연히 이러겠지라는 오만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던 도중
나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주인공을 보며 허를 찔린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내가 누군가에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면 저런식의 도움을 주고싶다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
물론, 영화라는 타이틀답게 정말 성선설이 존재하는 듯한 주인공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류의 영화에서 악한 주인공은 보질 못했으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일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전형적이게 착한 인물들과는 약간은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에리코가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미사키를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영화는 누군가가 떠나고 난 뒤의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먼길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모습
혹은 나, 우리를 구원해준 어떤이를 기다리는 모습 등
기다림이라는 것에 대응하는 여러사람들의 다양한 자세를 보면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되는 헤어짐과 만남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그런 모습들은 쓸쓸함이란 감정을 수반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인간이라면 당연하다라는 것과 나와 다른사람들이 다르지 않다라는 점을 말이다.
살을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 사회속에서 우리들은 타인에 기댈 수 밖에 없다
혼자 떠안기만 하면 슬픔은 배가 되지만
타인과 나누면 슬픔은 반이 된다.
이 말은 결국 우리는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지금도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 필연적으로 구속되어야만 하는 모든이들에게
인생의 나침반이 될 영화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혼자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는거다.
.
따라서 오늘도 회의속에 점철된 하루를 보낸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으면 좋겠다
부디 얼어붙은 마음속에 온기가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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